[덴코🐘] 다음 역은 덴코. 덴코역입니다.

이번 주 발자국 - 새마을호

2022.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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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덴마크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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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발자국 - 새마을호

여러분들은 새마을호 기차를 타보신 적이 있나요? 무궁화호보다 비싸고 KTX보다 느린, 정가운데 있지만 애매한 위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번주는 덴코와 함께 새마을호에 대해 이야기해봐요!

늙어감에 대하여. Edited by 김도화지

여러분들은 기차를 자주 타시나요? 저 같은 경우에는 고향 전주와 서울을 오갈 때 자주 타곤 했었는데요. 값싸고 여유로운 무궁화호 기차와 빠르고 쾌적한 KTX 기차를 애용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새마을호는? 저에겐 'KTX와 무궁화호 사이에 끼여 무언가 애매한 열차' 정도로 남아있는데요. 오늘은 그런 새마을호에 대해서 이야기해 봐요!

아아 빛나던 날들이여..

현재는 애매한 위치에 있는 것만 같은 새마을호. 이런 새마을호가 20세기 대한민국 철도교통을 대표하던 특급 차였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새마을호의 첫 등장은 그야말로 센세이션 그 자체였습니다. 특유의 스테인리스 바디와 파란색 도색은 기존 운영하던 비둘기, 무궁화호에 비해 한층 멋스러운 디자인이었죠. 또한, 비약적으로 줄어든 운행시간과 함께 기존에 느껴보기 힘들었던 편안한 승차감. 우리 어른들에게 새마을호는 그야말로 '럭셔리한 여행의 동반자'였던 셈이죠! 지금으로 따지자면 비행기 비즈니스석이나 KTX 특실 정도의 위치일까요?

그런데 저런 모양의 새마을호는 최근에 본 적이 없지 않나요? 현재 새마을호는 기체 노후화로 인해 일선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기차가 새마을호의 이름을 이어 'ITX-새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운행 중입니다. 새마을호의 아들로서 ITX-새마을호가 운행 중인 셈이죠.

현재 운행중인 ITX-새마을호. 기존 새마을호와는 엄연히 다른 기체이다.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하던 새마을호도 세월의 바람 앞에서는 무색하기만 한가 봅니다. 현재에도 새로운 노선들이 계속해서 추가되는 중이고, 새로운 형태의 열차들도 계속해서 추가될 예정인데요. 곧 있으면 값싼 운임으로 서민들의 발이 되어주던 무궁화호도 없어질 수도 있다고 하네요.

영원히 빛나리

이런 이야기는 비단 기차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좋든 싫든 우리 세상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있고, 그 속에서 우리는 설자리를 잃어가는 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IT산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쇠퇴하는 기존 산업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인간 또한 예외는 아니겠죠. 우리 역시 다양한 방면에서 새마을호처럼 퇴역을 맞이할 것입니다. 회사에서 은퇴를 한다거나, 사랑하는 아들딸들에게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거나, 죽음 또한 어떤 방면에서 퇴역일 테죠. 하지만, 너무 슬퍼하진 않으셨으면 합니다. ITX-새마을이 새마을호를 이어가듯, 누군가는 여러분의 빛나는 순간들을 기억하고 후대에 전해줄 거니까요. 회사 후임들은 우리가 전해줬던 지식들을 다시 전달하고, 우리 아들딸들은 우리가 그들을 사랑한 방식으로 다른 이를 사랑할 것이며 우리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누군가는 우리를 기억하겠지요.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변화를 인정하고, 그 변화를 인정하기 위해서 현재의 순간순간을 즐기며 잘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만 같습니다. 무대에서 퇴장할 때 웃으며 내려가듯, 철도 위를 빛내며 달리던 새마을호 열차가 그랬던 것처럼요.

사라져버린 모든 것들에게 📚 Edited by 도란

덴코 구독자분들은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동화책이 있으신가요? 저는 초등학교 때 읽었던 ‘말하는 고추잠자리’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

대략적인 이야기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조금 똑똑한 잠자리가 자기도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지만, 모든 곤충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떠난다면 정신없고 혼란스러워질 거라며 포기하게 되는 내용의 이야기였어요. (그리고 새에게 잡아먹히면서 동화책은 끝이 나..ㄴ..) 지금 생각해 보면 초등학생이 읽어도 되는 동화책이 맞았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교훈을 얻은 게 있었죠. 바로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는 것.

고장 나서 키도 안 눌리던 닌텐도와 목이 축 늘어진 축구 유니폼. 그리고 애지중지 키웠지만 흙으로 다시 돌아간 장수풍뎅이까지. 살아가며 수많은 물건과 생명들이 저를 지나쳤지만 정말 세상에 영원한 건 없었습니다. 익숙한 것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해야만 하는 현실이 가끔은 야속하게만 느껴지기도 했고요 😥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분명 새로운 물건은 이전 물건보다 성능적인 면에서는 더 훌륭할 겁니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최면에 걸린 것 마냥 계속 익숙한 것을 그리워하는 걸까요..?

그건 미련이 아냐 그냥 정이라고 하자 ♬

새마을호와 예전에 쓰던 물건들은 참 공통점이 많습니다. 한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이제는 쓸모가 없어져 버려야 한다는 것도 그중 하나고요. 예전에는 그 물건에 쓸데없는 미련이 생겨 버리기 싫어진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우리가 옛것을 그리워하는 것은 결국 오래전 기억(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릴 적 매일같이 타고 다니던 자전거와 시험날에만 아껴서 쓰던 샤프까지. 적어도 하나의 물건을 사용하게 되면 그 물건에 경험이 담기며 단순한 ‘물건’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했거든요.

새로운 물건은 포장을 뜯을 때 잠시나마 설렘을 주지만, 손 때 묻은 물건은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오랫동안 남는 것도 이러한 이유로 설명이 가능하겠네요.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그럼에도 우리는 익숙한 것을 떠나보내야 하는 연습을 해야만 합니다. 위에서 말했던 ‘고추잠자리’ 이야기처럼 모든 것을 손에 쥐려다 보면 결국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죠.

뭐 당연히 처음에는 쉽지 않을 겁니다. 저도 어릴 적 아끼던 인형을 버리는 데에만 몇 년이 걸렸으니까요. 그리고 가장 큰 이유로는 이 물건이 사라지면 내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것만 같은 허전함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원피스의 그 유명한 명대사처럼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잊히지만 않는다면, 그 물건과 추억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 덴코 구독자 여러분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담아두고 싶은 물건은 무엇인가요?!

사라지기 때문에 남는 것 Edited by 두둔

내가 왕년엔 말이야…

휴가 시즌이 점점 다가오고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도 길었던 인턴 기간이 끝나고 어디로 여행 갈지 생각하면서 기차 예매도 알아보고 있답니다. 그렇게 KTX 어플을 보다가 문득 ‘ITX-새마을호’라는 이름에 궁금증이 생겼어요. 얘는 왜 KTX, SRT처럼 영어 이름도 아니고 무궁화호처럼 한글이름도 아니고 두 개가 같이 붙어있을까?

ITX-새마을호는 기존 ‘새마을호’의 후속으로 등장해 Intercity Train eXpress(도시간 특급 열차)의 줄임말인 ITX가 붙어 지어진 이름이라고 해요. 새마을호가 처음 나왔을 때는 최고급 설비로 무장해 엄청난 위상을 떨치던 기차였다고 해요. 하지만 고속철도가 개통하고 KTX와 무궁화호에 밀리다 2014년 최신형 전동차인 ITX-새마을호의 개통으로 새마을호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새마을호처럼 최신, 역대급 이런 칭호들이 붙는 상품들도 언젠가 더 나은 것의 등장으로 결국은 사라지고 마는 것 같습니다.

한때 잘 나가던 것의 사라짐과 새로운 것의 등장이라 하니 JTBC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님과 아이유님이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르네요.

나는 진짜 어딜 가나 주인공이었잖아
그런데 동수씨의 시선과 마음에 너만 있는 거야
동수씨는 이제 너 세대잖아
이제는 진짜 세대가 바뀌었구나라는 걸 몸소 실감하게 되는 거야

JTBC 효리네 민박 - 이효리, 아이유 대화 中

새마을호와 이효리의 공통점

새마을호 종운식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철도 동호인들 (출처 : Train in Korea)

2018년 4월 30일 새마을호의 마지막 운행. 철도 동호인들은 사비를 모아 헤드마크를 제작해 부착하였고 기자들뿐 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그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모였다고 합니다. 새마을호가 등장했을 무렵의 위상과 49년간 이 기차와 함께했을 추억을 생각해 보면 새마을호의 마지막은 한 세대의 끝과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었겠죠? 새마을호는 그들의 기억 속에 평생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이효리님도 세대가 바뀌고 예전만큼의 영향력이 없다고 하지만 2020년 싹쓰리 활동으로 우리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꾸준한 방송 출연으로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 것

저는 이것을 보고 내가 사라져가고 있더라도, 사라졌더라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꾸준히 만들어 간다면 나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에 뒤처져 점점 낡아가고 사라져갔지만 그 끝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환호를 받았던 새마을호의 모습처럼, 나이 들고 후배들에게 밀렸다지만 꿋꿋이 본인의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효리님의 모습처럼 말이죠!

지금 저희가 덴마크 코끼리를 보내드리는 것도 어쩌면 그런 일이 아닐까요? 저희만의 생각을 글로 적어 보내드리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누군가 영감을 받고 저희를 항상 기억해 주시지 않을까요?

언제 이렇게 다 컸을까 Edited by 할미

난 엄마아빠가 영원한 슈퍼맨, 슈퍼우먼일 줄 알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나의 부모님이 세상의 전부였고, 내 세상을 만들어 준 것이 부모님이었으니까. 태평양처럼 드넓게 보이던 아버지의 든든한 등이 초라해 보이기 시작할 때. 언제나 밝고 온화하게 미소를 지어주시던 어머니의 눈가에 깊게 팬 주름이 눈에 띄기 시작할 때. 부모라는 비빌 언덕을 딛고 일어서서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때 비로소 나는 내가 어른이 되었음을 느꼈다. 시간이 더 흐르고 나면 나의 부모님이 그러했듯 나도 부모가 될 것이고, 나의 자식도 시간이 흐르면 부모가 될 것이고, 그 자식의 자식도… 계속 그러할 것이다. 그렇게 생명의 소멸과 탄생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영원한 건 이 세상에 없으니까

이렇듯이 우리는 흥망성쇠의 굴레를 벗어날 수가 없다. 시간의 흐름이란 그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니, 흥하고 망하고, 융성하고 쇠퇴함을 계속 순환하고 반복하는 것이다. 이건 인간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에 해당하는 이치인 것 같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무쇠에도 녹이 슨다. 이 변화의 이치에 따라 정상의 자리를 내어줄 때가 되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한때는 가장 빠른 열차로 손꼽혔던 새마을호가 이제는 역사의 저쪽 뒤안켠에 자리를 잡은 것처럼 말이다. 새마을호는 사실 KTX의 등장이 고까웠을지도 모른다. 거의 30년간 많은 대중에게 1등 열차로 사랑받던 날들을 뒤로한 채 떠나야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KTX는 새마을호가 이루어 놓은 전철의 대중화를 등에 업고 멋지게 자리를 잡아,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었다.

내일이 오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늘 그렇듯 새로운 시대가 찾아오면 새로운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GD 선생님의 말처럼 우리는 영원한 삶을 살 수 없고, 영원히 같은 자리에 서 있을 수 없다. 그게 오르막길이라면 나에게 정상을 내어준 이름 모를 선배에게 약간의 고마움을 표한 뒤 그 자리를 마음껏 즐기면 된다. 만일 그것이 내리막길 이라면 나 다음 시대의 주인공을 위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고, 새로운 오르막을 찾아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