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코🐘] 생각지도 못했지만 그럴지도?

이번 주 발자국 - 지도

2022. 5. 30.

네 번째 덴마크 코끼리

이번주 발자국 - 지도

지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크게 두가지 부류의 사람이라고 합니다. 주어진 지도를 통해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사람. 아니면 새로운 길을 찾아 직접 지도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 두 가지 상황 모두 함께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우리는 어떤 놓쳤던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이번 주 덴마크 코끼리 뉴스레터와 함께 생각해 보아요!

무더위가 데려오는 기억 ❄️ Edited by 도란

지난겨울 제법 매서운 추위에 웅크려 지낸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나뭇잎들이 푸르게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30도가 넘는 무더운 더위가 시작되었는데요 😫, 항상 이맘때에는 그렇게도 춥다고 찡찡거리던 겨울이 조금씩은 그리워지곤 합니다. 물론 가장 추운 동네 ‘강원도’에서 태어나 익숙한 날씨로 돌아가고픈 이유도 있겠지만, 유독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재미난 모습들이 있기 때문이죠.

🎵눈들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1월 말이 지나면 강원도에는 대설 주의보, 대설 경보가 일상처럼 여겨집니다. 어떤 날에는 눈이 허벅지 높이만큼 내려 교통이 마비되기도 하고, 출근과 등교 모두 포기한 채 온 가족이 집에 머물기도 합니다. 심지어 드문 경우이지만 4월에까지 눈이 내리기도 하구요!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보통 3월까지는 눈이 발목까지 쌓여 사라지지 않습니다. 덕분에 잔심부름을 위한 잠깐의 외출만으로도 신발과 바지가 모두 흠뻑 젖어 집에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고갤 들고 하늘을 원망하게 되죠 😂

👞눈밭에 펼쳐지는 커다란 지도

하지만 인간의 적응의 동물이 아닙니까?! 철없이 발자국을 남기며 재미를 쫓던 10대와 달리, 20대가 되어서는 바닥에 남겨진 발자국을 쫓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의 작은 희생(?)으로 남겨진 발자국은 쾌적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는 하나의 ‘노선’이 되었고, 눈밭에 펼쳐진 그 노선들은 이제 커다란 ‘지도’가 되었습니다. 특히 이 지도는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발자국의 모양이 더 깊어지기 때문에, 발전된 모습으로 다음 사람에게 편안한 경로를 제공하게 됩니다. 어쩌면 겨울이 그리워지는 것은 이 ‘지도’를 그리워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지도가 알려주지 않는 길 Edited by 두둔

지하철 1번 출구로 나가 은행을 끼고 왼쪽으로 돈다. 5분정도 직진해서 나오는 짙은 회색 건물로 들어간다. 6개월 동안 계속 이어가고 있는 내 출근길이다.

첫 출근을 하기 전, 네이버 지도를 통해 찾은 가장 빠른 출근길이다. 큰 길로 이어져있어 골목에 들어갈 필요도, 길을 건널 필요도 없는 곳이다.

어느 날은 지하철에서 내리자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우산을 챙겨 나오지 못해 주변 편의점을 검색해봤다. 회사 다니면서 편의점에 갈 일이 별로 없기도 했었다. 하지만 몇 달을 왔다갔다 하던 길인데 편의점 하나 어디 있는지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약간 놀랐다. 나름 주변을 관찰하면서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관심이 그렇게 많진 않았구나 생각하면서 편의점에 들어갔다.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고 나왔을 땐 지도에 나왔던 큰 길로 바로 나가지 않았다. 골목을 돌아 아파트 단지 옆으로 향했다. 거기에 있었는 지도 몰랐던 감성카페를 거쳐서 동물병원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는 강아지들과 인사를 했다.

그렇게 10분이 더 걸려서 회사에 도착했을 땐 무언가 채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혈관에 쌓인 지방처럼 찌들어있던 피곤함과 일하기 싫은 감정이 떨어져나가 혈액순환이 되는 느낌이었달까.

재미란 무언가에서 남들이 못 보는 가변성을 찾는 것이다. 따분함과 단조로움을 돌파해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다.
니르 이얄 - 초집중 中

출근 첫날 지도 어플이 알려주었던 ‘가장 빠른’, ‘큰길 우선’의 루트는 확실히 시간과 체력을 아끼기에는 최고의 길이었다. 하지만 지도가 알려주는 최적의 길만 따라가다 보면 따분하고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제는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가끔씩 골목에 들어가 다른 길로 걸어볼 생각이다. 조금 돌아가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거기에 숨어있는 기쁨들을 발견하면 그것대로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는 최적의 루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도 어플에 가장 빠른, 큰길 우선의 길 뿐 만 아니라 가장 재밌는 길을 알려주는 기능이 나오면 어떨까. 길고양이 보금자리, 동네 사람들만 아는 감성카페처럼 즐거운 발견을 할 수 있는 지도가 나오면 한 번 쯤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도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질 ’지도’? Edited by 할미

지도라는 단어는 이성적인 단어일까요, 감성적인 단어일까요? 물론 어떤 단어든 한 가지 틀에 가둘 수는 없겠지만 비교적 ‘이성’에 가까운 단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출발지와 목적지까지의 정확한 거리를 수치로 알려주고, 실시간으로 교통상황을 분석하여 최적의 루트를 보여주는 요즘 지도는 정말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죠. 사실 우리가 지도를 보고는 가슴 찡한 감동을 느낀다거나 감격에 찬 눈물을 흘린다거나 하는 경우는 잘 없잖아요. 그런데 여기, 보는 이를 미소 짓게 만드는 가슴 따뜻한 지도가 있습니다.

이름 모를 강아지와 함께하는 이 길에서

울릉도 죽도 로드뷰를 보다 보면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냥 우연히 찍힌 사진아냐?”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강아지의 모습은 죽도 이곳저곳에서 계속 만나볼 수 있어요. 아마 꽤 오랜 시간 촬영자와 함께 길을 걸었던 것 같아요. 이런 로드뷰의 촬영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도로에서는 차량 위에 특수 촬영 장비를 설치하고서 촬영하고요, 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길에서는 특수 제작된 세그웨이나 파노집을 활용하여 사람이 직접 촬영을 합니다.

죽도의 경우, 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등산로를 촬영해야 했기 때문에 위 사진 속 장비를 착용한 사람이 직접 도보로 걸으며 죽도의 여러 길을 찍었겠지요. 그리고 저 성격 좋은 강아지는 그 사람을 함께 따라나섰던 것 일 테고요. 둘은 죽도의 푸르른 광경을 배경으로 발걸음을 내디디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순탄치 않은 죽도의 길에 무거운 촬영 장비를 짊어지고 오르던 그 사람은 해맑게 웃으며 자신을 총총 따라오는 강아지의 존재가 있다는 것이 정말 고마웠을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난 좋은 인연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되죠. (이 로드뷰 촬영자와 강아지의 만남처럼요!) 내가 지금 걸어가는 길이 너무 거칠고 험하게 느껴질 때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서 주위를 둘러보세요. 나도 모르던 새에 나에게 힘을 주는 이들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요!

죽도의 귀염둥이 강아지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면 이 주소로 방문해보세요.

당신을 웃음 짓게 만들지도!

나의 삶, 나의 지도 Edited by 김도화지

우리는 일상에서 꽤나 자주 지도를 접하고 있습니다. 친구와 약속을 잡을 때 주변 맛집을 검색해 보기도 하고 여름휴가 때 갈 여행지를 고를 때에도, 이동을 위해 길을 찾을 때처럼 항상 다양한 형태의 지도가 한 손에 들려있죠.

이렇듯 우리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지도. 지도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있을까요?

앞선 사례처럼 대부분의 상황에서 지도는 우리에게 목적지와 목적지로 향하는 길을 알려줍니다. 지도(地圖)가 올바른 방향으로 우릴 지도(指導)하고 있는 셈이지요. 우리는 지도와 목표를 공유하며 길을 찾아 나섭니다.

미쉐린 가이드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타이어 회사인 미쉐린은 정비소나 주유소의 위치를 담은 지도형 가이드를 발간했습니다. 그 가이드에 함께 실려져 있던 레스토랑 정보들이 호평을 받으면서 현재와 같이 세계적인 맛집 가이드(?)로 변모하게 되었구요. 이처럼 때로 지도는 지도 그 자체가 목표가 되기도 합니다. 여행자에겐 여행 중에 한번쯤은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요리사에겐 언젠가 한 번쯤은 등재되고 싶은 꿈의 무대로서요.

이렇듯, 목표라는 것을 쫓아가는 모든 길들이 엮이고 엮여 지도를 만들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도 하나의 지도가 아닐까요?

우리 모두는 각자 목표를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목표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는 아무도 모르죠. 가본 적 없는 길이니까요. 우리는 그렇게 모르는 길을 한 발짝씩 내딛으며 자신의 지도 위에 적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내가 만들어온 하나의 지도를 보겠지요. 어릴 적 우상들을 보면서 꿈을 키워온 것처럼, 길에서 헤메일 때 선배들께 조언을 구했던 것처럼 누군가가 우리의 지도가 되어줬듯이 말이예요. 누군가의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 나선 우리가 '나'라는 지도를 만들어 누군가의 여정을 시작하게 만드는. 삶과 지도는 어느 한 부분 닮아있는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