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6년째 쓰던 헤드셋을 이번에 바꾸게 되었어요. 새로운 헤드셋에 기분이 좋아진 것도 잠시, 문득 선이 빠진 채로 컴퓨터 본체 위에 살포시 놓여져있는 원래 헤드셋을 보니 측은해지는 마음이 들었어요. 귀덮개 부분이 벗겨진, 왼쪽 소리는 안 나오고 마이크도 고장 난. 쓰임새가 다 해 이별을 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약간 날 뻔했답니다.

우리가 지나온 날들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아갑니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나거나, 일이 생각한 것만큼 잘 안 풀려 당황했던 날 등 여러 경험들이 있겠죠. 경험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켜켜이 쌓여가 기억이 됩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억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상하거나 기대하곤 합니다. 결국 우리는 이 기억이라는 길 위에서 미래를 보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거죠. 우리는 이런 기억을 쉽게 놓지 못합니다. 정든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사람들과 헤어질 때 아쉬움을 느끼는 것도 그 이유이겠지요.

예쁜 실로 만들어진 멋진 옷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Feat.2년만에 부활) Edited by 도란

여러분은 혹시 페스티벌이나 공연, 아니면 학교 축제에 가본 적 있으신가요? 2년 동안 제법 우릴 끈질기게 괴롭히던 거리두기가 끝이 났고, 그동안 쌓였던 분을 한번에 푸듯 다양한 대학 축제와 페스티벌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화려한 라인업만큼이나 더더욱 반가욱 소식이 들려왔는데, 수천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말을 뱉게 되는 기적. 그리고 K-DNA를 가진 한국인이라면 한번쯤은 경험해봐야 한다는 문화. 바로 (마스크를 쓰고) 떼창이 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당신과 같은 관객을 기다려왔다우 😳

사실 한국의 떼창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가수들에게도 익히 유명하다고 합니다.

평소 표현이 적은 '에미넴(Eminem)’도 한국 떼창 앞에서는 하트를 날렸으며(에미넴 하트사건), 밴드 오아시스의 리더 ‘노엘 갤러거’는 한국의 떼창 경험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며 ‘한국인은 미쳤다’라고 표현하였습니다. ‘Bad’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또한 공연 도중 떼창에 감동받아 무대에 눕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하였습니다 🤣

학연, 혈연, 지연, 그리고 공연 🎊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 떼창문화의 흥행 이유를 전통 공연문화의 산물이라 설명하는데요, 미국, 일본과 같은 해외에서는 특정한 자리에서 격식을 차리며 한정된 공연자가 존재하지만, 이와 반대로 한국은 무대와 관객, 그리고 공연장의 경계가 불분명하였기 때문입니다.

즉, 관객들이 적어도 공연의 한부분으로 쉽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문화가 현재의 떼창문화까지 연결되었구요!

덕분에 한국인은 ‘공연’이라는 큰 집합체 안에서 알게 모르게 서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살아온 환경과 문화과 다른 수천명의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 그것도 같을 공간에서 같은 말을 내뱉고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학연, 혈연, 지연만큼이나 끈끈하게 사람들을 엮어주는 이 상황을 ‘공연’으로 밖에 달리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

옷에 들어가는 실은 모두 의미를 갖는다 Edited by 두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