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코🐘]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이번 주 발자국 - 연필

2022. 8. 1.

[덴코🐘]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열세 번째 덴마크 코끼리

[웹에서 코끼리 자세히 들여다 보기]

이번주 발자국 - 연필

첫 걸음마와 첫 말 하기 만큼이나 중요한 것. 바로 작은 손가락으로 연필을 잡고 처음 글씨를 쓰는 순간입니다.

예전에는 일찍 글씨를 쓰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똑똑하다는 말도 있었다고 하죠?

이외에도 연필은 누군가에게는 돌잡이 물건으로, 누군가에게는 여러 취미생활 중 하나로.

또 누군가에게는 사랑을 표현하는 데 있어 고민의 흔적으로 사용되고 있답니다.

여러분들에게 ‘연필’이라는 물건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이번 주 덴코 뉴스레터를 보며 함께 생각해 보아요 🙂

짧아지는 연필만큼이나 늘어나는 역사 Edited by 도란

덴코 구독자분들은 최근에 마지막으로 손글씨를 써본 게 언제인가요? 이제는 컴퓨터 타자와 간단한 패턴이 익숙해진 저는, 전역한 이후로 싸인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손글씨를 썼던 상황이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적었던 것 같아요 😟

학창 시절에는 손가락에 항상 흑연을 묻히고 지냈던 날이 더 많았을 만큼, 연필은 제 인생이라는 짧은 역사를 발전하는데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답니다. 여러분의 짧은 역사 속에도 연필은 늘 함께였나요? 뭐 놀랍지도 않게 인류 역사가 발전하는데 있어 연필은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연필과 관련된 여러 역사적 흥미로운 사실들을 공유해 드리려 합니다!

역사 속 연필과 관련된 이모저모 🤔

평균적으로 연필은 17번 깎을 수 있고, 45000개의 단어를 쓰거나 56km의 직선을 그릴 수 있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많은 연필들이 노란색인데, 19세기 흑연의 품질이 가장 좋았던 나라가 '중국'이었고, 중국 황족의 색을 나타내는 노란색을 연필의 색으로 많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 영향으로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연필의 4개 중 3개도 노란색입니다.
2021년 11월, 일본 군마현 오타시에서 공무원들이 11만 3000개의 연필을 깎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코로나 시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후보자의 이름을 직접 적어야 하는 일본의 선거법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합니다. 유권자들은 주어진 연필로 후보자의 이름을 작성하고, 사용한 연필은 모두 직접 챙겨 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
1565년 최초의 나무 연필 공장이 생겨났고, 이후 세계 1차 대전 당시 품귀 현상으로 연필의 가격이 상승하였는데, 그 당시 연필이 얼마나 귀했냐면 심(흑연)이 없는 연필을 파는 악덕 상인들도 상당수 존재했고 17세기~18세기에는 흑연을 훔쳐 가는 사람이 많아 총을 든 경비원을 따로 고용했다고 합니다.
‘반 고흐’, ‘괴체’가 즐겨 쓰며 최초의 연필 판매 업체라 불리는 '파버카스텔'은 연간 20억 개의 연필을 만들며, 연 매출만 8,500억에 다다른다고 합니다. 추가적으로 파버카스텔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작은(1.75cm), 가장 큰(20m), 가장 오래된 연필(17세기 제작 추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필이 최초에 만들어진 당시 육각형 모양 이외에 원형 팔각형 삼각형 등 다양한 모델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필이 굴러떨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이에 원가 절약을 위하여 쉽게 굴러가지 않는 육각형으로 그 모양이 굳어졌습니다.

지금도 새롭게 적히고 바뀌는 역사

얼마 전 SNS 채널에 '화석 분류하는 방법'이라는 타깃 맞춤형 글이 올라왔고, 그 안에서 연필과 관련된 재밌는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요즘은 '연필 한 다스'가 아닌 '연필 한 타'라고 부르며, 다스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암모나이트 화석' 취급을 받는다고 합니다.

일본식 표현인 '다스' 대신 '타'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나가는 과정인데, 위의 글을 적다 보니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연필과 관련된 역사는 계속해서 바뀌고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덴코 구독자분들에게 연필과 관련된 재밌는 이야기는 무엇이 있나요?!

아직도 연필 쓰는 사람이 있어? Edited by 두둔

네. 그게 접니다.

학교에 다닐 때 반에 펜 컬렉터가 한 명쯤은 꼭 있었죠. 그게 저였습니다.
시중에 파는 가장 큰 필통을 들고 다니면서 오늘 쓸 샤프와 볼펜을 고르는 게 제 행복이었지요.

그러다 문득 연필이 눈에 꽂힌 날이 있었습니다.
고급 필기구 아이쇼핑을 하다가 파버카스텔이라는 브랜드를 알게 되었고 Castell 9000이라는 연필의 디자인에 꽂히고 만 것이었죠.
바로 한 타를 구매하고 사용했던 그때가 연필에 입덕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계속 연필을 써오면서 지금은 몽당연필을 이어붙여 액자를 하나 완성하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답니다. ㅎㅎ

왜 쓰는 거야?

처음 연필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주변에 연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기 때문에 홍대병이라 할 수 있는 쾌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연필과 관련된 예술가적 정신이 저로 하여금 연필을 계속 사용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연필깎이의 정석'이라는 책에 재밌는 문구가 있더라고요.

이 책은 리스씨가 연필 깎기에 관해 터득한 모든 것을 담고 있어요. 연필을 깎는 데 필요한 도구와 기술부터 그 이면의 철학까지 들여다볼 수 있죠. 불교 신자나 그 밖의 어떤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 그렇듯 리스씨는 가장 보잘것없는 일이 때로는 가장 심오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 데이비드 리스 [연필깎이의 정석]

이와 비슷하게 250년이 넘도록 운영되고 있는 문구류 회사 파버카스텔의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한다 는 기업 모토와 결을 함께 하는 것 같습니다.

연필은 나무와 흑심뿐으로 정말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필을 깎는 것도 칼로 몇 번 슥슥 밀거나 연필깎이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죠.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고의 연필심을 만들기 위한 재료의 배합, 최고의 필기감을 위한 나무의 형태와 목재 선정 및 가공 방식 등 고민과 기술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필을 깎을 때도 용도에 따라 어떤 각도로 깎을 것인지, 흑연은 얼마나 노출시킬 것인지 여러 고민을 하게 되죠.

이렇게나 깊은 고민이 담긴 연필 한 자루는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정신이 저에게 스며드는 것 같아서 지금까지도 연필을 쓰고 있는 것 같아요.

당신의 예술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진심을 다해 임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지금은 너무 사소하고 작게 느껴지더라도 데이비드리스 연필을 만드는 회사의 모토처럼 심오하고 비범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그 자체로 예술을 하고 있다 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세상 모든 예술가들에게 아래의 글을 소개해 드리고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을 진실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예술가라면, 우리는 모두 예술가다.

이 세상에는 인간의 수만큼이나 제각각인 다양한 형태의 예술이 존재한다.

- 마이크 베이어 [베스트 셀프]

구구단보다도 어려운 연필 잡기 Edited by 할미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기초교양. 바로 연필 잡기입니다. 젓가락 잡기는 아주 쉽게 마스터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연필 잡기가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 몰라요.(사실 지금까지도 정석과는 조금 다르게 잡고 있어요😎) 동글동글 반듯하게 깎아놓은 연필을 손에 꼬옥 쥐고, 깍두기 공책에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가던 어린 날의 우리 모습을 떠올리며 함께 글을 읽어보세요😁

사실 저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처럼! 연필을 어떻게 잡든 글씨만 잘 쓸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손가락 생김새에 따라 연필을 잡는 각도나 손가락 모양이 다 다를 수 있잖아요. 꼭 세 번째 손가락에 연필을 두어야만 글씨가 더 잘 써지는 것도 아니고요!

볼펜보다도 샤프보다도

저 때는 말이죠, 연필 잡기를 마스터하지 못하면 볼펜과 샤프는 쳐다보지도 못했었어요. 다 비슷비슷한 모양새인데 왜 하필 연필만 쓰게 하셨을까~ 싶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연필만이 주는 사용감 때문인 것 같아요. 열심히 연습하면 연습할수록, 글씨를 많이 적으면 적을수록 연필은 점점 짧아지는 게 눈으로 직접 보이잖아요. 그때는 새 연필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다 쓴 몽당연필을 깍지에 껴서 가지고 다니는 게 자랑거리였어요. 길쭉했던 연필을 열심히 다 써서 조그마한 몽당연필이 되면 그거만큼 뿌듯하고 기뻤던 순간도 없었죠. 그래서일까 어른이 된 지금도 볼펜과 샤프보다는 연필에 먼저 손이 가더라고요. 연필심이 뭉툭하게 무뎌지는 걸 보면서 내가 지금 이 일에 집중하고 있구나~ 라는 걸 느끼거든요. 사각사각 기분 좋은 필기감은 덤이고요!

연필 같은 사람이 될 테야

조금 투박해 보일지라도 저는 연필이 좋아요. 차갑고 날카로운 볼펜보다는 단단한 나무가 주는 안정감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달까요? 볼펜은 무언가를 잘못 적었을 때, 그 위에 두 줄을 찍찍 긋거나 화이트를 써서 수정해야만 하죠. 아무리 감춰도 틀렸다는 사실 자체를 숨길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연필은 쓰다가 틀리면 몇 번이고 깨끗하게 지울 수 있죠. 그 위에 새롭게 쓸 수 있어요. '사랑을 쓸려거든 연필로 쓰세요'라는 노래 가사처럼요.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전영록)

사랑을 쓰다가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야 하니까

처음부터 너무 진한 잉크로 사랑을 쓴다면

지우기가 너무 너무 어렵잖아요

연필로 쓰는 진심 Edited by 김도화지

연필의 꽃말

세상엔 다양한 꽃들이 있죠. 여러 색, 여러 향을 가지고 있는 꽃들은 저마다 꽃말을 가지고 있는데요. 장미는 정열적인 사랑, 선인장꽃은 무모한 사랑 등의 꽃말이 있죠. 꽃말을 통해서 우리는 꽃이라는 객체의 이미지를 쉽게 그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오늘의 주제인 연필에 꽃말을 붙혀본다면 어떤 말이 나올 수 있을까요? 사나이 울리는 웹툰 '가슴털 로망스'에서는 연필의 꽃말을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당신에게 흑심을 품고 있습니다.' 뭔가 귀엽게 느껴지는 이 문장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 중 하나예요. 연필 중심의 흑연 심지를 저렇게 유려하게 표현하다니!

이처럼 속에 흑심을 품고 있는 연필! 우리는 때때로 연필을 통해 이런 흑심을 전달하곤 합니다. 바로 편지를 통해서지요. 우리 생에서 한번쯤은 편지를 써보곤 하죠.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카드를 드린다거나, 친구에게 새해 엽서를 보낸다거나. 아니면 국군 장병 형,오빠들에게 편지를 쓰는 등 다양한 상황들이 있죠.

기술이 발전해 전화나 메시지같은 것들이 아무리 좋아져도 우리는 꽤나 자주 편지를 쓰곤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세요

꿈으로 가득 차 설레이는 이 가슴에
사랑을 쓸려거든 연필로 쓰세요
전영록 -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글은 말보다 강합니다. 글을 쓰는 것은 보통 말을 하는 것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죠. 여러분이 편지를 쓰실 때, 시간이 오래 걸렸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대개 '이렇게 쓰면 되려나..?' '아냐, 이 표현이 아니야.' 처럼 끝없는 고민과 수정때문일 것입니다. 글을 쓰는 것은 언어를 문자로 옮기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글을 쓰면서 생각을 거듭하는 행위이죠. 이 과정에서 우리의 마음, 애정 등의 추상적인 것들을 어떻게 해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끝없는 고뇌하곤합니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담은 우리의 마음들, 끝없이 마음을 되뇌이며 생각하며 쓴 편지. 연필로 쓴 글은 언제나 진심만을 담고 있지요.

흑심을 품고있는 연필에서 마음을 전하기 위해 글자 하나하나 공들여 편지를 쓰는 우리 모습이 생각납니다. 여러분은 최근에 어떤 편지를 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