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코🐘] ___________________

이번 주 발자국 - 빈 자리

2022. 9. 20.

[덴코🐘] ___________________

스무 번째 덴마크 코끼리

이번 주 발자국 - 빈 자리

월요일인 어제! 덴코가 올라오지 않아서 놀라셨나요? 덴코가 없는 여러분의 월요일은 어떠셨나요? 뭔가 있어야할 것이 없어 허하고 2% 부족한 느낌이 들지 않으셨나요? 목이 빠져라 덴코를 기다리고 계셨을 여러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이번 주 주제를 잘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습니다. 이번 주 주제는 바로 '빈 자리'입니다.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은 Edited by 김도화지

비다.

일정한 공간에 사람, 사물 따위가 들어 있지 아니하게 되다.
손에 들거나 몸에 지닌 것이 없게 되다.

인간은 많은 것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그것은 사물, 사람, 관념, 환경 등의 종류를 모두 포한하고 있지요. 우리는 이런 사물, 사람, 관념, 환경과 함께 살아가며, 이것들을 통해 삶을 영위하고 발전시켜 나갑니다. 돈을 모으며 부를 축적한다거나, 사람들을 만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 모두 이에 해당됩니다.

인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발전시켜 나가는 생물입니다. 이런 인간에게 '결핍'이라는 이름의 비움은 때론 무기력함을 주지만 크나큰 발전의 초석이 되기도 합니다. 비어있는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노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단적인 예시로 어릴 적에 가난에 허덕이던 아이가 굳게 다짐하여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결국엔 큰 부를 쌓게 되는 이야기를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빈자리를 채우는 행휘는 비단 물질적인 것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데요. 잠시 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부모님과 떨어져 있던 시간이 많아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초등학교 입학 이후 부모님과 같이 살게 됐을 때 또한 늦게 퇴근하시는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긴 힘들었죠.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고 대입 후 수도권으로 올라온 이후로는 일년에 몇번 보는게 전부입니다. 저와 부모님, 서로에게 느껴지는 빈자리는 우리의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 것 같지만 이런 빈자리가 느껴지기에 저희 가족은 될 수 있을 때 더 보려고 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과거의 빈자리가 현재 저희 가족을 만든 것이죠.

이렇듯 '결핍'이라는 이름의 빈자리는 그 자체로 부정적이고 아쉬운 상황처럼 묘사되지만, 이를 딛고 일어서는 행위를 통해 결국 '발전'이라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한잔은 떠나간 너를 위하여 🍺 Edited by 도란

덴코 구독자분들은 살아오면서 무언가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으신가요? 예를 들면 어릴 적 처음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키우던 애완동물이나 곤충이 있을 수도 있겠고, 혹은 항상 반갑게 맞이해주시던 조부모님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신 경험이 있을 수가 있겠네요.

유독 정이 많았던 저는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것에 걱정과 두려움이 많았고, 극복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었답니다. 아마 빈자리에 대한 공허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대학교에 입학해 밴드 활동을 하다 어떤 곡을 알게 되었고, 그 곡을 통하여 빈자리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떨쳐내는데 큰 도움을 받게 되었답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9월 1일에 항상 챙겨들어야 하는 노래를 알고 계시나요?!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 Green Day

EWF의 ‘September’과 함께 9월이면 항상 들어야 하는 곡! 락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이 앨범의 표지만 봐도 심장이 막 뛴다고 하는데요, 바로 미국의 역사 깊은 밴드 ‘그린데이’의 정규앨범 [American Idiot]이랍니다. 그중에서도 앨범의 7번 트랙곡인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라는 곡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2008년에 만들었다고는 믿기 어려운 사운드와 더불어 단순히 가사만 보면 ‘9월이 끝나면 나를 깨워달라’라고 해석이 되겠지만, 이 곡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린데이의 보컬 ‘빌리’의 아버지가 9월 1일에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는데요,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충격을 받은 빌리는 장례식장을 울며 뛰쳐나왔고 방문을 걸어 잠근 채 9월이 끝나면 깨워달라 말했다고 합니다.

이후 7년이 지나 빌리는 그린데이에 합류하였고, 20년이 지난 후에는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이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신나는 곡이 많은 ‘그린데이’의 곡들 사이에서도 상실감을 표현하기 위하여 항상 진지하게 부르는 곡이랍니다 😥

모두 굳은살이 생기기를 바라면서 😎

돌이켜보면 ‘빈자리’라는 것은 항상 완전하게 메꿀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빌리의 노래처럼 위로를 받고 감정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것들과 함께, 조금 더 단단해지기 위하여 견디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감정을 느낀다는 것에 있어 확실한 위아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힘을 내는 것처럼 말이죠. 어쩌면 아파하는 마음이 굳어 굳은살이 생기기를 바라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어느덧 9월도 절반이 넘게 흘러간 지금, 그린데이의 노래를 들으면서 떠나간 것들의 빈자리를 떠올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웃으면서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죠 🙂

자리를 오래 비우고 다시 돌아온 지금 Edited by 두둔

4학년 막학기에 들어온 지금. 학교에 방문하지 않은 2년반 정도의 기간동안 변화된 모습을 보았어요.단과대 건물 안에 있는 편의점 사장님이 바뀌었고, 창고 같던 지하 강의실이 리모델링 되고, 건물 외부에 원래 없었던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생기고, 학생들이 팀플할 때 사용하는 오픈 스페이스의 구조도 바뀌어 있었죠.

건물 안에서 왔다갔다 하면 아는 얼굴 하나쯤은 보여 인사도 했었죠. 지금은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그들끼리 모여있는 모습에 약간 외로움도 느껴지네요. 그나마 남아있는 동기들과 밥 먹으러 나가면 있던 가게들이 없어지고 없던 가게들이 생겨있는 모습에 ‘낭만 다 뒤졌네~’를 반복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이제는 저물어버린 인싸

1학년부터 동아리를 2개 가입하고 학회 활동도 하면서 술자리도 많이 가졌었죠. 나중에는 동아리 회장도 하고 학술제도 꾸려가면서 인싸 타이틀을 부끄럼없이 내놓을 수 없는 사람이었어요. 여전히 동아리와 학술제가 운영되는 걸 보면서 제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뭔가 아련해지네요.

오랜만에 간 친구들과 간 술집에는 술게임을 하고 있는 신입생들도 있고 예쁘게 차려입고 남녀 섞어서 놀고 있는 모습도 보였어요. 하지만 저희는 추리닝 혹은 청바지에 티셔츠 대충 입고 ‘야 그 때 기억나냐~’를 반복하기만 했네요.

빈 자리는 돌고 돈다.

학교에 돌아오고 옛날 생각에 아련해지기만 하는데 미래를 가장 열심히 준비해야 할 시기라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제가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도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겠죠? 본인이 신입일 때 겪었던 일들을 돌아보면서 술자리에서 ‘야 우리 신입 때 생각난다~’를 반복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또 나중에 제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 그 때 들어오는 신입들을 보면서 아련해지겠죠?

우리 삶은 빈 자리를 남기고 다른 빈 자리를 채우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과정 속 마음에 남게 되는 빈 자리를 다시 채우는 방법도 중요하겠네요. 여러분 마음 속에 비어있는 자리가 있나요? 혹시 거기에 저희가 들어갈 수 있을..까요..

빈 자리가 주는 온기가 있다. Edited by 할미

햇살 좋은 주말 오후,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가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고 서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철은 도착했고 출퇴근 지옥철과는 달리 빈 자리들이 많았다. 괜스레 다들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천천히 자리들을 둘러보다 맞은편 창문이 가장 잘 보이는 중앙자리에 앉기로 마음을 굳히고 그 자리로 향했다. 겨울철 무심코 어딘가에 앉았을 때 엉덩이가 차가워서 깜짝 놀라는 경험 한 번쯤 해본 적이 있을 거다. 그런데 그날 그 자리는 유난히 따뜻했다. 아무도 앉지 않았던 그 자리에 창문 밖으로 비추어 들어오는 햇살이 한참 앉아있다가 갔던 모양이다.

빈자리만이 줄 수 있는 온기가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에게는 빈자리가 필요하다. 언제나 내 주위의 모든 자리들이 채워져 있어야만 할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닫는 요즘이다. 나는 늘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렵고 내 주위의 누군가가 떠나간다는 것이 두렵고 내 옆자리가 비어있다는 것이 두려웠다. 단편적으로 생각해보자면 혼밥, 혼술, 혼영 등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창피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내 옆에 누군가 있고 없음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비로소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지만… 그치만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걸 어떡해!

✏️ 총 맞은 것 처럼 - 백지영

구멍난 가슴에 우리 추억이 흘러 넘쳐

잡아보려 해도 가슴을 막아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심장이 멈춰도 이렇게 아플 것 같진 않아

어떻게 좀 해줘, 날 좀 치료해줘

이러다 내 가슴 다 망가져, 구멍난 가슴이

가슴이 뻥뚫려 채울 수 없어서

죽을 만큼 아프기만해 총맞은 것처럼

누군가 머물다가 떠나간 자리는 어쩔 수 없이 마음에 크게 남기 마련이다. 무려 심장에 총을 맞은 것처럼 크고 고통스러운 공허감이 찾아온다. 하루라도 빨리 이 공허함을, 이 구멍 난 가슴을 메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다. 그렇지만 그 빈자리가 있어야지만 새로운 누군가가 찾아올 수 있다. 이미 전 좌석 매진된 공연장 앞에서는 아무리 기웃거려봤자 소용이 없다. 드문드문 빈자리도 좀 있고 간격도 넓어야 더 편안하다. 빈자리가 시리도록 차갑게만 느껴진다면 빈자리만이 줄 수 있는 온기에 대해 다시 한번 떠올려 보자.